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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들아-(491) 가을비 타령

 
이광일  2020-11-17 17:05:16  글쓴이의 개인홈페이지http://Zoom-in Zoom-out

자녀들아-(491) 가을비 타령
  
새해를 맞아 손주들 세배를 받으며 배추 잎사귀 같은 달러로 
세뱃돈을 뿌리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물끄러미 담벼락에 매달린 막장 달력을 올려다보니 
금년엔 코로나 바이러스로 세월이 얼렁뚱땅 보람 없이 
지나가기에 한 해를 몽땅 도둑맞은 듯 허탈감에 빠져든다.
m1.jpg  
건조하기 짝이 없어 산불이 꼬리를 잇는 이곳 캘리포니아에 
가끔은 비도 내려야 세상만물은 활기찬 생명이 유지되고 
사람들 가슴속의 응어리들도 풀어주며 
한 해가 평안할 터인데 이 땅의 하늘은 비에 대하여 
너무도 인색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어젯밤 잠결엔 오랜만에 침실창가를 적시며 
흘러내리는 가을비 소리가 내 마음속을 파고 스며들어 
가슴이 물먹은 솜뭉치가 되어버렸다.
아련한 초점으로 옛 친구들의 그림자와 
따스한 어머님의 미소도 보았고 
또 지난날 이 못난이의 행동거지들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쳐갔다.
이런 것이 바로 늘그막 타향살이의 가을비 타령인가보다.
 
검푸르게 물든 하늘은 자기 마음대로 밤새껏 불규칙하게 
부슬부슬 또는 주룩주룩 그리고 가끔은 
개가 고양이나 만난 듯 장대비를 퍼부어주고 있다.
누렇게 녹슬어가던 앞뒤 뜰의 화초들은 함빡 젖은 
고운 빛깔에 윤기까지 더하고 비를 
한 방울이라도 더 받아 마시려고 발버둥이다.
  
고향에서 펑펑 쏟아지던 하얀 눈발이 포근한 느낌을 준다면 
희미한 소리에 구슬프게 주룩 거리는 나성의 가을비는 
거품 속에 잠겨있던 지난날 추억의 끄나풀을 끄집어내고 
내가 맺혀오던 마음속에 움츠린 
간절한 소망의 열매들을 익혀내기 시작한다.
  
바싹바싹 타들어 가던 초목이 하룻밤 가을비로 
푸름을 회복하듯 코로나 바이러스에 갇혀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이런 특별한 소나기가 필요하다.
우리는 하늘에 오직 비를 구하여야 살 수 있다.
봄비가 촉촉이 적셔주면 봄꽃이 활짝 피어나고 
가을비가 굳은 땅을 흥건하게 물쿼주면 
풍성한 열매를 결실하기 때문이다.
m2.jpeg    
농부가 제아무리 부지런해도 물이 부족하면 
흉년이 드는 것처럼 사람도 나이테 속을 파고드는 
그리움의 일렁이기 없으면 스스로 의로운 열매를 맺기 힘들다.
창조주의 사랑이 비가 되어 우리의 마음 밭을 흠뻑 적셔주고 
우리들이 구할 때마다 물이 바다를 덮음같이 
소낙비 같은 은혜가 풍성히 내려지면 
사랑의 열매가 주렁주렁 맺히게 될 것이다.
  
찌푸린 회색구름사이로 을씨년스런 가을비가 
지금도 간간히 내리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생의 가을비 내리는 날, 
내 영이 세상의 꿈에서 깨어나 육과 이별하는 날엔 
맑고 밝은 하늘아래 내 영혼에는 새싹이 돋아나고 
향내 나는 꽃이 피며 
아름다운 열매가 맺혀지기를 바라고 있다.
끝.

file   Attached:

Author 글쓴이 소개: 이광일
저는 글을 올릴 때마다 부끄럽습니다.
제 글은 저의 주변에서 보고 느낀것들을
내 자녀들, 1부 찬양대원들, 그리고 이웃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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