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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들아-(477) 모노로그

 
이광일  2020-07-30 06:18:19  글쓴이의 개인홈페이지http://Zoom-in Zoom-out

자녀들아-(477) 모노로그
   
그칠 듯 하던 가랑비는 며칠째 찔끔거린다.
마을 공원의 팜트리, 플라타너스, 도토리나무들의 
바싹 말랐던 입술에서 가벼운 노래가 흐른다. 
잔디는 초록을 덧칠한 듯 싱그러워지고 
주변에서 어렵사리 살아가던 민들레와 크로버 등 
잡초들도 목마름이 활짝 풀렸다.
e1.jpg  
그러나 정작 빗줄기에 대박 난 집은 우리 지렁이들 일가이고 
우리또래의 젊고 혈기왕성한 지렁이들은 
요즘 생의 희열을 맛보며 살고 있다.
톡톡톡 동그란 빗방울소리는 우리들 마음을 두드려 일깨웠고 
줄줄줄 그칠 줄 모르고 하염없이 스며드는 물방울은 
죽도록 사랑할 연인을 마음속에 그리게 한다.
  
우리는 상체를 앞으로 쑥 뽑아 키를 늘리고 이어 
하체를 끌어당기는 걸음으로 오랜만에 나들이를 시작한다.
우리 몸속엔 암수의 기관이 함께 들어있어 맘에 쏙 드는 연인을 만나 
짝짓기를 하고나면 서로 부화시키기에 번식에는 
우리를 앞지를 생물이 별로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원망스런 일은 나방이, 무당벌레, 풍뎅이들까지도 
푸른 하늘을 나르며 찬란한 세상을 즐기는데 
우리는 허구한 날 시커먼 땅속에서 꾸부렁거린다는 것이다.
  
우리 지렁이들은 땅과 인간에 좋은 영향을 주며 살건만 
시원한 빗속에 산보 나와 꿈틀거리다 사람들을 만나면 
민둥민둥한 몸매 때문인지 징그럽다며 피하고 
간혹 외마디비명을 지르는 여인네들도 있다.
또 사람들이“하찮고 보잘 것 없는 표현을”지렁이라고 
빗대어 부를 땐 정말로 원통하다.
세월이 얼마나 흐르면 사람들이 우리를 애완용으로 키우게 될까?
 
더욱이 우리는 몇 대째 스프링클러의 물줄기가 닿지 않는 
공원 변두리 메마른 잔디밭에서 어렵사리 살아왔다.
이곳에서는 예쁜 S-라인의 짝을 찾는 일도 쉽지 않다.
그래서 나와 친구들은 젖과 꿀이 흘러넘치는 공원의 
한 복판 가나안의 시민이 되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그 곳으로 들어가려면 공원을 빙 둘러 감은 
5피트 폭의 시멘트 산책로를 목숨을 걸고 넘어서야 한다.
  
우리들은 마을의 어르신을 모시고 과외수업을 받았다.
어르신 말씀에 의하면 비가 억수로 퍼붓는 밤이면 
5피트 넓이의 산책로를 건너는데 10분이면 충분하단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의 도전자들은 시멘트 위에서 
생명을 잃기에 조심하라고 몇 번이나 당부하신다.
눈이 없어서 냄새와 감각으로 산책로를 건너야하는 우리들에게 
어르신의 가르침은“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고 
곧바로 건너야 사느니라.”였다.
  
장대비 내리던 그날 밤, 
아비와 친척집을 떠난 나와 이웃의 수많은 친구들은 
심호흡을 하며 빗줄기속을 뚫고 산책로위를 
낮은 포복으로 조심스럽게 기어올랐다.
이 순간부터 새로운 삶이 열린다는 
벅찬 감동에 눈시울은 뜨거워졌다.
감격도 잠간, 그곳에는 빗물에 우러난 각종 먹을거리와 음료 
그리고 강아지 배설물 등 새로운 맛에 취해 후각은 둔해졌지만 
까끌스럽게 아랫배를 마사지해주는 시멘트 표면의 맛은 일품이었다.
e2.jpg 
“고삐 풀린 말”되어 알몸으로 신나게 꿈틀거리며 떠돌다가 
견디기 힘든 새벽추위에 웅크리고 생각해보니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고 바로질러 건너야 살 수 있다는 
어르신 말씀이 갑자기 떠올랐다. 
그러나 산책로 위에서 나의 위치와 방향은 도무지 가늠하기 힘들었다.
  
이리저리 꾸부렁거려보지만 후회와 두려움의 눈물만이 흐르기 시작했다. 
허지만 이판사판으로 싱싱한 잔디의 냄새를 향해 
모든 힘을 다해 뱃가죽을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몇 시간이나 시멘트 위에서 사투를 벌이다가 
동편이 밝아짐을 느끼는 순간 털썩 내 몸이 산책로의 턱을 넘어서 
가나안의 잔디위로 떨어졌고 나는 부드러운 흙속으로 깊이
파고들어가 피곤한 몸과 마음을 내맡겼다.
  
이튿날, 친구 녹색풍뎅이가 알려 주었다.
대부분의 네 친구들은 방향을 잃고 산책로를 따라 
무한정기어 다니다가 부지런한 아침 들새들의 먹이가 되거나 
산책하는 사람들과 강아지들의 발에 밟혔어.
그 난리 속에도 운 좋게 살아있던 다른 친구들은 
해가 올라오자 뜨거워진 산책로 위에서 모두 말라붙어 버렸지.
하여간 너는“하늘이 무척 돕는가보다”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지렁이 같은 너 야곱아!”
“두려워 말아라, 주님께서 너를 사랑하신다.”라고 외치던 
이사야선지의 말씀이 은은하게 내 마음속에 울려 퍼진다.
끝.

file   Attached:

Author 글쓴이 소개: 이광일
저는 글을 올릴 때마다 부끄럽습니다.
제 글은 저의 주변에서 보고 느낀것들을
내 자녀들, 1부 찬양대원들, 그리고 이웃과
함께 나누고 싶은 소품들입니다.
오늘도 저 높은 곳을 향해 함께 걸어 나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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