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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들아-(268) “어머님의 무릎위에 앉아서”

 
이광일  2013-05-10 20:06:50  Zoom-in Zoom-out

자녀들아-(268) “어머님의 무릎위에 앉아서”


잠결에 창틈을 통해 들려오는 반가운 빗소리는 
내 몸과 마음을 포근하게 녹여주었다.
사시사철 비 오는 날이 쉽지 않은 이 고장에서 
주룩주룩 내리던 소나기는 오전까지 이어졌고 
오랜만에 앞 뒤뜰의 잔디와 과일나무 잎사귀들은 
싱그러운 초록빛으로 반짝였다.

점점 걷혀가는 빗줄기에 아쉬움을 느끼며 
소낙비 쏟아지는 날이면 아스라이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내가 남대문초등학교에 입학하자 6.25가 터졌고 
부모님은 온가족을 이끌고 피란길에 올라 제주도까지 등 떠밀려 내려갔다.
94059.jpg
상상을 초월하던 고난의 행렬에서 부모님은 
식욕 좋은 네 아들을 먹여 살리는 일이 삶의 목표였다. 
서울양반이 갯마을에서는 어부들 잡역부로, 
제주도를 벗어나 부산으로 나와서는 국제시장 어귀에 
손바닥만한 목판을 놓고 메리야스 내복 몇 벌 팔려고 
밤늦게까지 애타게 손님을 기다렸다.

철없던 막내둥이 나는 두 분의 고생을 가늠해 본적도 없었다. 
하여간 하늘이 검푸르게 녹슬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기분은 날라갈듯 좋아졌고 온종일 바람 불고 
장대비 내리는 날이면 나는 잔칫날마냥 즐거웠다.

하늘의 찢어진 틈으로 소낙비 쏟아질 때마다 
천정이 허름한 피란학교는 수업을 중단했고 시커먼 하늘에서 
온종일 소낙비가 찔쩍이면 길가에 개업한 
부모님의 사업체는 금일휴업의 날이었다. 

비록 산비탈의 달동네였지만 엄마가 온종일 집에 계셔서 좋았고 
약간 남아있던 밀가루 통을 털어내어 호박을 썰어 넣고 
우윳빛 돼지기름에 부쳐주시던 빈대떡은 
엄마 젖 다음으로 최고의 꿀맛이었다. 

칠순을 바라보는 이 나이에도 오월의 달력을 바라보면 
고국 격동기의 수난을 모두 겪으신 두 분이 그리워지지만 
그 중에도 솔직히 엄마가 더 보고 싶다.

형들의 짓궂은 장난으로 엄마한테 꾸지람을 들을 때 
초달을 찾아내어 엄마 손에 넘겨주면 너도 똑같다며 함께 세워 벌 받던 일, 
저녁마다 온 식구가 둘러앉아 가정예배를 드리던 일, 
어머님이 주책없이 늘그막에 낳은 늦둥이 내가 
초등학교 입학 날까지도 또랑또랑치 못한 발음 때문에 
엄마의 무릎위에 앉아 성경책을 따라 읽던 일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어버이날, 부모님이 남기신 귀중한 유물을 펼쳐본다.
아버지의 손끝에서 네 귀퉁이가 둥글게 닳아빠진 
1922년 대영(大英)성서공회에서 출판된 국한문 성경과 
어머님이 늘 펴놓고 찬양하던 곡조 없는 찬송가이다.
IMG_6809_horz.jpg
우리형제들이 욕심 부려 다투거나 부모님을 거역했을 때마다 
초달을 맞은 후 외워야 했던 
“아이들아 너희가 주안에서 네 부모에게 순종하라 이것이 옳으니라. 
예배소 6장1절”을 
다시 한 번 낡은 성경에서 찾아 조용히 읽어본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던 내 삶의 여정은 근엄하셨던 
아버님의 훈계와 팔삭둥이를 위한 눈물어린 어머님의 기도, 
그리고 씨암탉을 잡아주시던 장모님의 사랑과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는 것을 알려주신 장인어른이 인도해 주셨다.

그 분들이 우리내외에 지시하신 육과 영의 가나안을 정복하라는 목표는 
아직도 달성하지 못한 채 세상과 싸우고 있기에 
오늘도 손주들 곁에서 바동바동 땀 흘린다. 
그래서 우리는 자녀들에게도 동일한 목표를 정해 주었다.

너희들은 너희 아들딸의 삶을 주님께 눈물로 부탁드리고 
너희 무릎위에서 주의 도를 가르쳐 저들이 
한평생 주님의 뜻을 따라 바르게 살도록 인도할지니라.

요즘은 긴 세월동안 즐겨 불려오던 찬송들이 
복음성가에 떠밀려 모퉁이로 옮겨지고 있다.
가끔 “나의 사랑 하는 책...어머님의 무릎위에 앉아서”가 
들려올 때는 내 가슴속에 형용할 수 없는 지극하신 하나님의 
은총과 부모님의 뜨거운 사랑이 느껴지며 천국이 
숨어있는 저 푸른 하늘을 다시 한 번 올려다보게 된다.

나의 사랑하는 책 비록 해어졌으나 
어머님의 무릎위에 앉아서 
재미있게 듣던 말 그 때 일을 지금도 
내가 잊지 않고 기억 합니다.

귀하고 귀하다 우리어머님이 들려주시던
재미있게 듣던 말 이 책 중에 있으니
이 성경 심히 사랑 합니다.

그 때 일은 지나고 나의 눈에 환하오
어머님의 말씀기억하면서 
나도 시시때때로 성경말씀 읽으며
주의 뜻을 따라 살려 합니다.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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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글쓴이 소개: 이광일
저는 글을 올릴 때마다 부끄럽습니다.
제 글은 저의 주변에서 보고 느낀것들을
내 자녀들, 1부 찬양대원들, 그리고 이웃과
함께 나누고 싶은 소품들입니다.
오늘도 저 높은 곳을 향해 함께 걸어 나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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